출장 마지막 밤에 후배들 데리고 다녀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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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심장7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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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 넘어서 이런 글 쓰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한데 후배들한테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것도 일이라 한번에 적어봅니다 저처럼 회사 사람들 끌고 가야 하는 위치에 계신 분들한테는 도움이 될 겁니다
출장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낮에 미팅 두개 끝내고 호텔 들어와서 샤워하고 나니 여덟시쯤 됐더군요 침대에 누워서 천장 보고 있는데 후배 둘이 문 두드리면서 형님 이대로 자기엔 아깝지 않냐고 하길래 그럼 가자 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냥 자고 싶진 않았습니다 일주일 내내 회의실이랑 호텔방만 왔다갔다 했으니 말입니다
택시 잡고 가는 길에 비가 한바탕 쏟아졌습니다 스콜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게 십오분쯤 퍼붓다가 뚝 그칩니다 차 안에서 창밖을 보는데 오토바이 탄 사람들이 얇은 우비 하나 걸치고 그대로 달리더군요 저건 저것대로 대단하다 싶어서 한참을 봤습니다 신호 걸릴 때마다 그 무리가 앞으로 쫙 밀려나가는 게 장관이었습니다
도착해서 룸 잡고 앉았습니다 여기는 룸값 주류값이 따로고 사람 붙는 값이 또 따로 계산되는 구조입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이 여기서 제일 많이 당황합니다 저는 몇번 와봐서 후배들한테 미리 일러뒀습니다 세시간 기준으로 직원 쪽에 백 정도 나가고 마담이랑 웨이터한테 챙겨주는 것도 따로 있다고 말입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쪽은 또 단위가 달라지니 그건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룸은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소파가 ㄷ자로 둘러져 있고 테이블이 낮게 깔려 있어서 앉아 있기가 편하더군요 조명은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정도였고 에어컨이 세게 나와서 저는 중간에 온도를 좀 올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이런 게 신경 쓰입니다 후배들은 하나도 안 춥다는데 저만 무릎이 시렸습니다
걱정했던 건 언어였습니다 후배들도 영어가 짧고 저는 더 짧습니다 그런데 한국말 되는 직원이 있어서 그건 기우였습니다 오히려 후배가 신나서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통역이랍시고 나섰는데 정작 본인이 못 알아들어서 다들 웃었습니다 노래는 그 막내가 제일 열심히 불렀습니다 저는 요즘 노래를 모르니 옛날 곡만 두어개 넣고 나머지는 박수만 쳤습니다
계산은 나올 때 한번에 했습니다 항목별로 종이에 적어서 보여주는데 처음 들었던 것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게 사실 제일 중요합니다 나중에 숫자가 달라지면 그날 기분이 통째로 망가지거든요 안주는 과일이랑 마른안주 위주로 나왔고 술은 다음날 일정 있는 사람 빼고 각자 알아서 조절했습니다
새벽 두시쯤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후배들은 형님 다음에 또 하시죠 하는데 저는 아침 비행기라 속으로 아이고 소리가 났습니다 그래도 출장 마지막 밤을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호치민 일정 있으신 분들은 여기 한번 가보셔도 후회는 안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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