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처음 가본 호치민 노래방 이야기
작성자 정보
- qkq_86226 작성
- 작성일
본문
마흔 넘어서 회사 사람들과 호치민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낮에는 미팅 저녁에는 접대라는 뻔한 일정이었는데 마지막 날 밤이 비었습니다 거래처 부장님이 보스라는 곳을 아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저는 호치민이 세 번째지만 밤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겁이 났던 쪽에 가깝습니다 젊을 때도 이런 자리를 잘 못 따라다녔습니다
숙소가 1군이었고 보스는 빈흥 쪽이라 차로 이십 분 정도 나갔습니다 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는데 다리 건너는 구간에서 차가 밀려 결국 삼십 분이 걸렸습니다 창밖으로 오토바이가 물처럼 흘러가는 걸 보고 있으니 한국에서의 출근길이 떠올라 기분이 묘했습니다 택시 에어컨 바람이 어찌나 센지 팔에 소름이 돋았는데 기사분은 아랑곳도 하지 않으시더군요
도착하니 건물이 생각보다 크더군요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고 부장님이 익숙하게 마담을 부르셨습니다 저는 그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방 안은 담배 냄새보다 방향제 냄새가 더 강했고 소파가 푹 꺼져서 자세를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잠시 후 아가씨들이 들어왔고 부장님은 저더러 먼저 고르라고 하셨습니다 사양하다가 결국 맨 끝에 서 있던 분을 골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한국어를 제일 잘하셨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노래는 부장님이 팔 할을 부르셨습니다 팔십년대 발라드만 계속 나오는데 아가씨들이 눈치껏 박수를 쳐주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저는 두 곡 부르고 나머지 시간은 탬버린만 흔들었습니다 젊은 친구들 노래는 하나도 모르겠고 제가 아는 곡은 반주부터 촌스러워서 혼자 민망했습니다 방 안이 어찌나 추운지 반팔로 앉아 있으려니 팔뚝이 시렸고 얼음통에서 얼음 부딪히는 소리가 노래 사이사이로 계속 들렸습니다 과일 접시에 나온 망고가 생각보다 달아서 저는 그것만 자꾸 집어먹었는데 옆에 앉은 분이 웃으면서 접시를 제 쪽으로 밀어주시더군요 마이크에 에코가 과하게 걸려 있어서 누가 불러도 그럭저럭 들리게 나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나중에는 제 목소리가 제 것 같지 않았습니다 술은 양주로 갔고 방값과 주류는 따로 계산되는 구조였습니다
비용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직원 팁이 세 시간에 백만동이었고 그 위로 붙는 항목들은 종류에 따라 편차가 컸습니다 부장님은 시작 전에 물어보고 들어가는 게 서로 편하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술이 들어간 뒤에 숫자 이야기를 꺼내면 좋게 끝나기가 어렵습니다 나이 먹으면서 배운 게 있다면 그런 건 미리 정리해두는 편이 낫다는 정도입니다
새벽 한 시쯤 나왔습니다 밖에 나오니 바람이 미지근하고 습해서 술이 더 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길가에 국수 파는 노점이 아직 열려 있길래 부장님이 한 그릇 하자고 하셨는데 제가 도저히 못 먹겠어서 사양했습니다 부장님은 택시 안에서 잠드셨고 저는 창밖을 보며 이 나이에 무슨 노래방인가 싶다가도 그래도 웃긴 밤이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비행기에서 옆자리 후배가 어제 어디 다녀오셨냐고 묻길래 그냥 늦게까지 회의했다고 둘러댔습니다 후배는 믿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창가에 기대서 혼자 웃었습니다 사십 넘어서 뒤늦게 배우는 것도 있구나 싶었고 다음 출장 때는 제가 먼저 아느냐고 물어볼 것 같습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